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애란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아버지의 여름은 어느 바다에서 시작된다. 아버지는 더벅머리에 빨간 사각팬츠를 입은 채 웃고 있다. 나는 그 웃음이 다신 볼 수 없는 사진처럼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는 훤칠하지만, 몸에 근육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저 다리는 어디서든 잘 도망치게 생겼다. 나는 착 달라붙은 팬츠 위로 튀어나온, 아버지의 그곳을 슬쩍 훔쳐본다. 작고 말캉한 그곳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의 표정처럼 천연덕스럽다. 내게 미소를 보여주려 잠시 멈춰 있던 아버지는 곧 친구들에게 달려간다. 아버지는 그곳에 앉아 아까부터 자신의 두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손. 아버지의 젊은 손. 나는 아버지의 손에서 그리움을 본다. 아직도 아버지의 발끝에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왔던 파도 소리가 파랗게 배어 있는데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