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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note 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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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홀트 니버 '평온을 비는 기도' Prayer for serenity God, grant me the serenity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th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and the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Reinhold Niebuhr 평온을 비는 기도 주여,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온을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꾸는 용기를 허락해 주소서.또한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라인홀트 니버 위 번역은 사전을 찾아가며 한 의역이라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피드백은 부드럽게 부탁드려요 책을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bgm으로 틀어놓다가 우연히 듣게 된 문구책 이름, 방송이 뭐였는지는 기..
김이설 '환영' 우리만 쓰는 화장실이어서 좋다고 생각했던 건 기억나지도 않았다. 아이 하나를 씻기지도 못하는 좁은 화장실이었던 것이다. 아이를 씻기고 온 방에 튄 물을 닦을 때마다,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만. 그건 욕심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29p. 세상에 비싸지 않은 것이 없었다. (중략) 분명히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러나 남편이 공부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생활은 가능하지만 꿈을 이루기에는 힘들었다. 배는 부르지만 희망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36p. 대학에 다니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없는 집에 그런 돈이 있을 턱이 없었다. (중략) 아버지, 엄마, 나까지, 어른 셋이 벌어도 학비는 커녕 먹고사는 일도 팍팍했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앓아 누웠다. 겹경사도..
한강 '흰' 그러니 확언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다. 이가 나에게 때로 찾아왔었는지. 잠시 내 이마와 눈언저리에 머물렀었는지. 어린 시절 내가 느낀 어떤 감각과 막연한 감정 가운데, 모르는 사이 그 애로부터 건너온 것들이 있었는지. 어둑한 방에 누워 추위를 느끼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니까.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해독할 수 없는 사랑과 고통의 목소리를 향해, 희끗한 빛과 체온이 있는 쪽을 향해, 어둠 속에서 나도 그렇게 눈을 뜨고 바라봤던 건지도 모른다. p.36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더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p.40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p.58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시몬베유 '중력과 은총' 상상의 악은 낭만적이며 다양하지만, 실제의 악은 음산하며 단조롭고 삭막하며 지루하다. 상상의 선은 지루하지만, 실제의 선은 항상 새롭고 경탄할 만한 것이어서 사람들을 도취시킨다. Imaginary evil is romantic and varied; real evil is gloomy, monotonous, barren, boring. Imaginary good is boring; real good is always new, marvelous, intoxicating. simone weil
김애란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아버지의 여름은 어느 바다에서 시작된다. 아버지는 더벅머리에 빨간 사각팬츠를 입은 채 웃고 있다. 나는 그 웃음이 다신 볼 수 없는 사진처럼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는 훤칠하지만, 몸에 근육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저 다리는 어디서든 잘 도망치게 생겼다. 나는 착 달라붙은 팬츠 위로 튀어나온, 아버지의 그곳을 슬쩍 훔쳐본다. 작고 말캉한 그곳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의 표정처럼 천연덕스럽다. 내게 미소를 보여주려 잠시 멈춰 있던 아버지는 곧 친구들에게 달려간다. 아버지는 그곳에 앉아 아까부터 자신의 두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손. 아버지의 젊은 손. 나는 아버지의 손에서 그리움을 본다. 아직도 아버지의 발끝에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왔던 파도 소리가 파랗게 배어 있는데 ..
프레드릭 배크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이 책은 기억과 놓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와 그의 손자, 한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는 연서이자 느린 작별 인사다. 쓰다 보니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사람을 서서히 잃는 심정, 아직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그리워 하는 마음, 내 아이들에게 그걸 설명하고 싶은 바람을 담은 짧은 글로 발전했다. 이제 그것을 고스란히 내 손에서 떠나보내려고 한다. 무엇보다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별이 희미해지더라도 마지막 빛줄기가 지구에 도착하려면 아주 오래 걸리니까 우리는 한참 뒤에서야 알 수 있다고요" "할아버지가 실패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하니?" "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는 게 유일한 실패라고요" "저는 작별인사를 잘 못해요." 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지는 해를 따라서 돌아가던 중에는 그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다. - 용산 가는 길, 청파동1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 마음 한철 당신의 눈빛은 나를 잘 헐게 만든다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 문병 남한강
김애란 '침묵의 미래' 물론 나는 그의 가슴이나 머리, 눈동자에도 머물렀다. 하지만 그의 흐름과 근육, 의지를 빌려 바깥을 쏘다녀야 나답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따금 오염되고, 타인과의 교제에 자주 실패해야 건강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