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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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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설 '환영' (2011) 내가 만든 소설 속 인물들을 모두 한자리로 불러들이고 싶다. 그리곤 그들에게 내가 막 끓여온 미역국을 대접하는 것이다. 뜨거운 국물로도 마음이 녹지 않는다면, 그래서 조금 더 바짝 붙어 앉아 화톳불이라도 피운다면, 기꺼이 내 소설이 박힌 책들을 찢어 불쏘시개로 쓰겠다. 내 소설을 태워 잠시나마 그들의 몸을 덥힐 수만 있다면, 내 무용한 소설이 가장 유용한 순간이 될 것이다. 김이설의 또 다른 소설, '오늘처럼 고요히'에 실린 작가의 말이다.나는 이 소설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은 뒤로당장 읽지는 않더라도, 김이설의 소설은 구비해두고 봤다. 위에 인용한 작가의 말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게 3년 전 게시물이라는 알림이 떠서 문득 김이설의 다른 소설이 읽고 싶어 졌고 당장 눈에 들어온 책이 ..
한강 '흰 The Elegy of Whiteness' (2016)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색이면서무결한 탓에 오는 성스러운 이미지에서 오는 위압감을 느끼기도 한다. 순백의 깨끗함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죽음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 가장 순수한 본질과는 다르게 어떻게 보면 이중적인,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색. 다른 색과 섞일 때 색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특성까지 좋아하는 색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이기도 한 '흰색'이주제이자 제목이었기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욕심은 많고 독서를 위해 따로 내는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이 책 저책 보다 말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도 2년 정도는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했던 것 같다. 얼마 전 3시간 정도 밖에서 대기할 일이 있어 작정을 하고 들고 갔던 책이다. (언제 표시해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가름 ..
프레드릭 배크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2017) 책 소개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다산책방 2017년 06월 28일 출간 스웨덴 소설, 160쪽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작별 인사를 연습하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 《오베라는 남자》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전작에서 이웃과 사회와의 화해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일곱 살 소녀의 눈을 통해 케케묵은 가족 간의 갈등을 풀고, 늘 남을 위해 살다 온전한 자신을 찾아 나서는 여자의 이야기를 가슴 벅차게 그려냈던 저자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따뜻한 감성과 유머가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다. 하루하루 기억이 사라져 가는 걸 느끼며 초조해하는 한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그의 손자를 잇는 삼대가 얽힌 아름답고도 섬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의 어느 한순간이..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12) “후회든 상처든 강렬한 기억이든 마음에 담아뒀다 시를 통해 떠나보내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주 음식을 만든다. 어슷하게 썬 겨울 무, 쑥과 된장 풀어 끓인 국…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먹이려고 내놓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슬픔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되새기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다정하다. 다정함에 대해 묻자 박준은 ‘후회’라는 말로 화답했다. “저는 후회가 많은 사람이에요. 불행하게도 삶의 대부분을 후회하며 보내죠. 그런데 그 후회가 작은 것들이에요. 잘못에 대한 게 아니라 ‘누구랑 함께 있을 때 좀 더 예민하게 잘 살폈다면’과 같은 게 많아요. 관계를 온전하고 아름답게 유지해야 한다는 욕망이 큰데 그게 잘 안되면 며칠씩 후회를 하죠. 그렇다면 제가 살길은 후회할 일을 적게 만드는..
프란츠 카프카 '변신' (1915)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들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라고들 하던데첫 카프카를 잘 선택한 것 같다.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해줄 책. 카프카는 이 소설을 3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후에 자신이 쓴 글들이 출판되는 것은 원치 않으니 다 태워달라는 부탁을 했었지만'변신'이라는 작품만큼은 태워달라는 유언에서 제외된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은 갑자기 벌레로 변하게 된 주인공과 벌레로 변해버린 주인공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변해가는 태도와 그에 따른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는데 읽는 내도록 다소 충격적인 설정과, 쏟아내는듯 하지만 덤덤하게 묘사된 주인공의 심리에 몰입되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오래된 책이나 국외 소설들을 잘 읽지 못하는 편인데도문장이나 내용 자체가 어렵지도 않아 몰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