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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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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흰' 그러니 확언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다. 이가 나에게 때로 찾아왔었는지. 잠시 내 이마와 눈언저리에 머물렀었는지. 어린 시절 내가 느낀 어떤 감각과 막연한 감정 가운데, 모르는 사이 그 애로부터 건너온 것들이 있었는지. 어둑한 방에 누워 추위를 느끼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니까.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해독할 수 없는 사랑과 고통의 목소리를 향해, 희끗한 빛과 체온이 있는 쪽을 향해, 어둠 속에서 나도 그렇게 눈을 뜨고 바라봤던 건지도 모른다. p.36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더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p.40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p.58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한강 '흰 The Elegy of Whiteness' (2016)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색이면서무결한 탓에 오는 성스러운 이미지에서 오는 위압감을 느끼기도 한다. 순백의 깨끗함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죽음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 가장 순수한 본질과는 다르게 어떻게 보면 이중적인,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색. 다른 색과 섞일 때 색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특성까지 좋아하는 색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이기도 한 '흰색'이주제이자 제목이었기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욕심은 많고 독서를 위해 따로 내는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이 책 저책 보다 말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도 2년 정도는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했던 것 같다. 얼마 전 3시간 정도 밖에서 대기할 일이 있어 작정을 하고 들고 갔던 책이다. (언제 표시해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가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