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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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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설 '환영' 우리만 쓰는 화장실이어서 좋다고 생각했던 건 기억나지도 않았다. 아이 하나를 씻기지도 못하는 좁은 화장실이었던 것이다. 아이를 씻기고 온 방에 튄 물을 닦을 때마다,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만. 그건 욕심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29p. 세상에 비싸지 않은 것이 없었다. (중략) 분명히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러나 남편이 공부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생활은 가능하지만 꿈을 이루기에는 힘들었다. 배는 부르지만 희망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36p. 대학에 다니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없는 집에 그런 돈이 있을 턱이 없었다. (중략) 아버지, 엄마, 나까지, 어른 셋이 벌어도 학비는 커녕 먹고사는 일도 팍팍했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앓아 누웠다. 겹경사도..
김이설 '환영' (2011) 내가 만든 소설 속 인물들을 모두 한자리로 불러들이고 싶다. 그리곤 그들에게 내가 막 끓여온 미역국을 대접하는 것이다. 뜨거운 국물로도 마음이 녹지 않는다면, 그래서 조금 더 바짝 붙어 앉아 화톳불이라도 피운다면, 기꺼이 내 소설이 박힌 책들을 찢어 불쏘시개로 쓰겠다. 내 소설을 태워 잠시나마 그들의 몸을 덥힐 수만 있다면, 내 무용한 소설이 가장 유용한 순간이 될 것이다. 김이설의 또 다른 소설, '오늘처럼 고요히'에 실린 작가의 말이다.나는 이 소설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은 뒤로당장 읽지는 않더라도, 김이설의 소설은 구비해두고 봤다. 위에 인용한 작가의 말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게 3년 전 게시물이라는 알림이 떠서 문득 김이설의 다른 소설이 읽고 싶어 졌고 당장 눈에 들어온 책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