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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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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지는 해를 따라서 돌아가던 중에는 그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다. - 용산 가는 길, 청파동1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 마음 한철 당신의 눈빛은 나를 잘 헐게 만든다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 문병 남한강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12) “후회든 상처든 강렬한 기억이든 마음에 담아뒀다 시를 통해 떠나보내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주 음식을 만든다. 어슷하게 썬 겨울 무, 쑥과 된장 풀어 끓인 국…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먹이려고 내놓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슬픔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되새기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다정하다. 다정함에 대해 묻자 박준은 ‘후회’라는 말로 화답했다. “저는 후회가 많은 사람이에요. 불행하게도 삶의 대부분을 후회하며 보내죠. 그런데 그 후회가 작은 것들이에요. 잘못에 대한 게 아니라 ‘누구랑 함께 있을 때 좀 더 예민하게 잘 살폈다면’과 같은 게 많아요. 관계를 온전하고 아름답게 유지해야 한다는 욕망이 큰데 그게 잘 안되면 며칠씩 후회를 하죠. 그렇다면 제가 살길은 후회할 일을 적게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