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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note pad

김애란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아버지의 여름은 어느 바다에서 시작된다. 아버지는 더벅머리에 빨간 사각팬츠를 입은 채 웃고 있다. 나는 그 웃음이 다신 볼 수 없는 사진처럼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는 훤칠하지만, 몸에 근육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저 다리는 어디서든 잘 도망치게 생겼다. 나는 착 달라붙은 팬츠 위로 튀어나온, 아버지의 그곳을 슬쩍 훔쳐본다. 작고 말캉한 그곳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의 표정처럼 천연덕스럽다. 내게 미소를 보여주려 잠시 멈춰 있던 아버지는 곧 친구들에게 달려간다.

 

아버지는 그곳에 앉아 아까부터 자신의 두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손. 아버지의 젊은 손. 나는 아버지의 손에서 그리움을 본다. 아직도 아버지의 발끝에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왔던 파도 소리가 파랗게 배어 있는데 그녀는, 오지 않을 모양이다.

 

'이제 곧 이야기가 끝나려나 보다. 그리고 이 밤도 어쩌면 이제 끝날 것이다. 나는 죽지않고 살아 언젠가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줘야지.' 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