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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note pad

프레드릭 배크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이 책은 기억과 놓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와 그의 손자, 한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는 연서이자 느린 작별 인사다. 

 

 

쓰다 보니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사람을 서서히 잃는 심정,

아직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그리워 하는 마음,

내 아이들에게 그걸 설명하고 싶은 바람을 담은 짧은 글로 발전했다.

이제 그것을 고스란히 내 손에서 떠나보내려고 한다.

 

 

무엇보다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별이 희미해지더라도 마지막 빛줄기가 지구에 도착하려면

아주 오래 걸리니까 우리는 한참 뒤에서야 알 수 있다고요"

 

 

"할아버지가 실패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하니?"

"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는 게 유일한 실패라고요"

 

 

"저는 작별인사를 잘 못해요."

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다.

"연습할 기회가 많을 거다. 잘하게 될 거야.

네 주변의 어른들은 대부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하고 있다고 보면 돼.

우리는 그런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지는 않을거야.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할 거야.

완벽해지면 네 발은 땅에 닿을 테고 나는 우주에 있을 테고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을 테지."

 

 

노아는 물고기를 낚는 법과 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준 노인의 손을 잡는다. 

거의 모두가 두려워하는 영원이라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니

그런 점에서 수학이 노아에게는 축복이었다.

노아가 우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죽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 자신을 떠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

아이는 다시 속삭인다.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그는 숨이 차서 걸음에 멈추고 나무에 기댄다.

두 사람의 이름이 나무에 새겨져 있지만 그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

"여보, 기억들이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어. 물과 기름을 분리하려고 할 때처럼 말이야.

나는 계속 한 페이지가 없어진 책을 일고 있는데 그게 항상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

 

 

"아픈 느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단다. 

건망증이 하나 좋은 게 그거야. 

아픈 것도 깜빡하게 된다는 거."

"어떤 기분이에요?"

"주머니에서 뭔가를 계속 찾는 기분, 처음에는 사소한 걸 잃어버리다 

나중에는 큰 걸 잃어버리지. 

열쇠로 시작해서 사람들로 끝나는 거야."

 

 

"죽음은 부당한 일이야."

 

 

"가장 평범했던 일들이 그리워. 

배란다에서 아침을 먹었던 거. 화단에서 잡초를 뽑았떤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