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에 결성된 인디 록밴드.
2007년 발매된 ep '앵콜 요청 금지' 와 2008년 발매된 정규1집 '보편적인 노래'는 절판이 되었다.
(현재 1집과 첫ep 앨범을 음원사이트의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없지만 2016년 재발매 되었다. )
내가 브로콜리 너마저를 알게 된건 2012년 쯤,
아는 지인이 좋아하던 곡 '유자차'를 통해서 였다.
▼ 앨범 수록 ver.
▼ 가사ver.
밴드라면 보컬과 퍼포먼스, 연주실력으로 평가하던 때였어서 그런지
내가 여태 듣던 음악들과 다른, 새로운 음악이라고 느껴졌다.
그 새로움이 싫지 않고 편안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계속 찾아 듣는 것 같다.
가사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물론 음악, 특히 대중가요에 있어
보컬과 연주를 포함한 퍼포먼스가 중요하게 평가되는게 잘못된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음악이 주는 위로나 감동 같은 것들은
그 곡이 가지고 있는 메세지에 있다고 본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곡들은 짧은 가사의 곡들이 많은데,
그 짧은 가사로 모두에게 차분히 건내는 말이나 위로가 긴 여운을 남겨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편지'
곡의 가사가 와닿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담담한 후회와 솔직한 고백이, 그리고 조용히 건내는 안부가
편지라는 제목과 어울려서 더 좋아하는 곡이다.
가사
너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어디가 아프진 않니
괜찮니
너 아직도 나를 욕하니
아님 다 잊어버렸니
괜찮아
여기서 만난 사람들
커피가 맛있는 찻집
즐거운 일도 많지만
가끔 니 생각이 날 땐 조금은 미안했었어
있잖아
사실 난 더 높은 곳을 보고 싶었어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었어
있잖아
사실 난 그래도 네가 보고 싶었어
보고 싶어서 미칠 뻔했어
있잖아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2020년 1월, 위의 두 곡이 'B-SIDE PART.1' 이라는 하나의 앨범으로 엮여 재발매 됐다.
(B-SIDE PART.2 는 '그 모든 진짜같던 거짓말' 과 '꾸꾸꾸' 가 수록되어 있다.)

B-SIDE PART.1
아티스트 브로콜리너마저
앨범 종류 싱글
발매일 2020.01.15
장르 인디, 댄스/팝
스타일 팝 락, 인디 팝
기획사 스튜디오브로콜리
유통사 ㈜ 카카오 M
재생 시간 06:08
앨범 소개
B-SIDE PART. 1
어떻게 켜켜이 묻을 것인가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따뜻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라고 한다면 그건 그 껍질에 유자의 향과 스며든 설탕이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다행이지만 다시 말하면 좀 부족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처음 만들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삶의 대부분의 시간은 조금 식어있는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을 꺼내고 오전에 안쳐놓은 밥을 다시 퍼서 차린 점심상처럼.
매번 새로 한 밥 같은 환대와 사랑을 받는 일이 흔하지는 않으니까 일상의 미지근한 순간에서 약간의 온기라도 더 찾아내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왠지 어떤 좋았던 순간을 떠올릴 때면 지금의 현실이 비루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 외려 마음이 시려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어쩌자고 이렇게 모순적이고 무책임한 노래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울지 말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좋았던 기억을 차곡차곡 잘 정리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 마음속에 잘 보이는 선반에 놓인 몇 가지 기억들은 좋은 습관처럼 나를 돕는다. 아니 꼭 정리하지 않아도 좋다. 그런 기억들은 바로 소환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코트 주머니에 두고 잊은 지폐 몇 장처럼 우연히 손에 잡힌다.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그래도 종종 미소짓는 일이 있을 것이다.
‘유자차’가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이들에게 온기를, 그리고 잊고 있던 추억을 소환하는 힘이 되었음을 알고 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이제는 다시 또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바라건대, 이 노래를 나누었던 모든 분들이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함께 차곡차곡 잘 쌓아가며 언젠가 함께 다시 꺼내 볼 수 있기를.
1. 편지 / Letter
2. 유자차 / Yuja-Cha
[Credits]
브로콜리너마저
보컬/베이스: 덕원
보컬/드럼: 류지
건반/피아노: 잔디
기타: 향기
작사/곡: 윤덕원
편곡: 브로콜리너마저
녹음: 김대성, 김도훈, 오영은 @tone studio
믹싱/마스터링: 김대성 @tone studio
사진/디자인: 김기조
영상: 와이키키 비디오(02)
제작: 강준식, 윤덕원, 이보람 @studio broccoli
유통: 카카오M
소개글에서는 모순적이고 무책임한 노래라고 했지만
많은 생각과 고민이 담겨진 곡일거라 생각하고,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았다.
소중한 순간과 함께 떠올릴만한 곡이 있다는건 좋은 일이다.
앨범 소개글의 마지막 문단이 기껍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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