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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XXXX

프란츠 카프카 '변신' (1915)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들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라고들 하던데

첫 카프카를 잘 선택한 것 같다.

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해줄 책. 

 

카프카는 이 소설을 3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후에 자신이 쓴 글들이 출판되는 것은 원치 않으니 다 태워달라는 부탁을 했었지만

'변신'이라는 작품만큼은 태워달라는 유언에서 제외된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은 갑자기 벌레로 변하게 된 주인공과 

벌레로 변해버린 주인공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변해가는 태도와 그에 따른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는데 

읽는 내도록 다소 충격적인 설정과, 쏟아내는듯 하지만 덤덤하게 묘사된 

주인공의 심리에 몰입되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오래된 책이나 국외 소설들을 잘 읽지 못하는 편인데도

문장이나 내용 자체가 어렵지도 않아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인지 뻔히 알면서도 

(중간중간 어릴때 보고 충격에 빠졌던 미믹이라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남의 일 처럼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 집안을 책임지던 주인공이 벌레로 변해버리고, 더 이상 가정을 책임질 수 없게 되자

주인공을 의지하던 가족들은 점점 주인공을 '다른' 존재로 대하기 시작한다.

물리적으로 '다른'존재가 되어버린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아들이고, 오빠라는 변함없는 사실을 그들은 극기야 부정하고 혐오하기에 이른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혐오가 쉬운 세상이고, 누군가의 잘못이나 죽음이 너무나 쉽게 가십으로 소비되는 사회가 겹쳐져 

분명 쉽게 읽은 책인데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떠한 행동이나 특징들이 너무나 쉽게 프레임이 되어 박제되는 세상이다.

본질보다 이미지화된 것들만 보고

쉽게 -충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며,

환멸 난다, 신물 난다 등 혐오의 말들을 쉽고 가볍게 내뱉는다. 

 

문제는 그런 말들이 내뱉어지는 대상이

정작 어떠한 범죄를 저지른 집단이나 사람일 경우가 잘 없다는 것이다. (일베충 제외)

혐오의 말이 편해지고 쉬워진 사회는, 

말을 함부로 내뱉거나 전하기 쉽고

그만큼 와전되고 잘못된 이미지가 사실처럼 정착되기 쉽다.

 

지탄받아 마땅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지만

잘못 생산된 이미지나 프레임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라는 핑계 아래 감춰지기에는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모든 언행들이 '자유'라는 명목 아래 관대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선과 악은 분명하게 나누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악은 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과 악을 나누는 어떠한 (올바른) 잣대를 함부로 정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변한 주인공은 두고,

정작 변한건 혐오를 덮어쓴 주변 인물인걸 보면

약자를 대상으로만, 정당화된 혐오를 서슴지 않는 사회를 꼬집으려 했던 작품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카프카의 다른 작품들은 읽지 않았다. 

다음에 읽을 카프카의 작품도 마음에 들길 바란다.

 

* 예스24 북클럽,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 에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