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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XXXX

프레드릭 배크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2017)

 

책 소개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다산책방

2017년 06월 28일 출간

스웨덴 소설, 160쪽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작별 인사를 연습하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
《오베라는 남자》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전작에서 이웃과 사회와의 화해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일곱 살 소녀의 눈을 통해 케케묵은 가족 간의 갈등을 풀고, 늘 남을 위해 살다 온전한 자신을 찾아 나서는 여자의 이야기를 가슴 벅차게 그려냈던 저자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따뜻한 감성과 유머가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다.

하루하루 기억이 사라져 가는 걸 느끼며 초조해하는 한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그의 손자를 잇는 삼대가 얽힌 아름답고도 섬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의 어느 한순간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현재가 녹아내리며 완전히 놓아버릴 때까지의 순간들이 천천히 이어진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은 손자와의 이별에 아쉬워하고, 점점 작아져가는 머릿속 기억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사별한 아내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평생 데면데면하게 지내왔던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며 소중한 기억들을 간직하기 위해 분투한다.

자신이 죽기도 전에 기억을 잃어가며 사랑하는 손자를 떠나야 한다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그는 먼저 자신을 떠난 아내의 정원을 가득 채우던 히아신스의 달콤한 향기가 나는 그 특별한 공간에서 아무 두려움 없이 세상과 작별하는 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그를 놓을 방법을 찾아야 함에도 정성껏 보살피는 가족들의 슬픔, 그 속에서 찾아가는 기쁨과 희망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울림을 주고, 언젠가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교보문고 발췌

 

 

내 기억이 맞다면, 이렇게 까지 울며 읽은 책이 딱 3권 있다. 

중학생 시절,  인터넷 소설이 한창  유행하던 그때 밤새워 읽었던 '늑대의 유혹' 

대학생 때 읽었던 김애란의 '비행운' (그리고 그 후로도 여러 번, '서른'을 읽을 때마다)

그리고 오늘, 프레드릭 베크만의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감정에 호소하는 책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이야기의 흐름이나 짜임이 치밀하거나 탄탄하지 않고, 

번역되어 나오는 책이다 보니 국내 소설처럼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펼침과 동시에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것은

기억과 감정 그리고 헤어짐에 얽힌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기억과 감정은 서로를 떼놓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과 감정을 잃어간다는 것은 

나의 가진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일일 것이고

그걸 지켜보는 이의 마음도 같이 무너져 내리는 일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도록 쉬지 않고 슬펐다. 

피할 수 없어 서럽고 두려운 종류의 슬픔이었기 때문이다.  

슬픔이 속수무책으로 몰려들었던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직시하려 들지 않는 것 들.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구태여 직시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내가 원하지 않았고, 원하지 않았기에 더 막을 수 없었던 것들과

대부분의 헤어짐이 그렇다.

 

아무리 겪어본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내게 불공평한 일이고 

헤어짐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신의 세상이 무너져갈때조차

애써 마주하지 않았던, 떠나간 사랑을 잊게 될까 걱정하는 할아버지처럼. 

 

결국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고 누구나 아플 수 있는, 

세상의 시선에서 보자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고, 불합리한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의 불행이 나만의 슬픔이 아닐 때

내 선택이 아니었던 불안 속에서나마 안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3대도 그렇다. 

이미 힘든 헤어짐을 함께 겪은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불행에 다 같이 슬퍼하고

그것을 각자가 나눠 가지면서 괜찮지 못할 헤어짐을 맞이하려 한다.

불행을 함께 하면서 슬픔을 나눠가지는 모습이 따뜻했고,

괜찮지 못할 헤어짐을 맞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슬펐다.

 

짧고 단순한 에피소드 속에, 

일관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감정을 채워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은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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