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나를 울리는 것들
하루를 하는 것 없이 잠만 자며 보내고,
그렇게 또 새벽이 남았다.
내가 외면했던 누군가의 아픔이나 상처,
누군가의 죽음.
아무것도 아닌 척 넘겼던 일들.
사실은 아직도 내 호흡을 방해하고 아픈 감정에 휩싸이게 하는 것 들.
죄책감도 없이 동정이 쉬웠던 날들.
서로를 향해 내던지던 무서울정도로 추악하고, 날카롭던 말.
정신나간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표정 같은 것 들.
부서지고 망가지는 물건이 내는 둔탁한 소리, 욕설, 울음소리.
그 모든 원망 전에 분명히 존재했던 웃음소리,
진심으로 퍼부었던 저주.
채 헤아릴수도 없이 많은 낮과 밤 동안,
누군가의 죽음을 온 마음을 다해 바라던 시간.
용서하지 못함에 따라붙는 미안함.
용서하지 않을 나에게 따라붙을 어리석음.
수많은 외면.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역겨워 숨도 못쉬던 날들.
나를 울리던 기억, 또 나를 울려버릴 아직 오지 않은 것 들.
원하지 않는 헤어짐이나 아픔같은 것.
또 그것들은 여전히 남겨질테고,
남겨진 그것들만 끌어안은채 살아갈 나.
무서움을 핑계삼던 증오는,
결국 용서가 무서워 그저 멈춰있을 뿐일지도 모르지.
뭐가 보고싶은지도 모른채 그리워하고,
뭐가 슬픈지도 모른채 그렇게 울기만 하겠지.
결국엔 날 위해 쉽게 팔아버릴 몇 안되는 가여운 진심들.
여름 밤 나를 울리는 것 들.
물리적으로 아팠고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해가 지나고
그 다음해의 여름에 지난날을 생각하며 썼던 글.
여기저기 흩어진 글들을 정리하면서
아주 오랜만에 읽은 글인데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감정들인것 같기도 하고
잘 지나온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