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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xx

레이디 맥베스 (2016) / 취향은 아니지만 좋은 영화

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영화는 보고 싶은데, 끌리는 영화가 없을 때

포스터나 썸네일의 첫인상에 걸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포스팅을 하려고 마음 먹으면서 포스터 사진을 들여다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가볍고 엉성한 분위기의 인소를 떠올리게 하는 부제목은 포스터와 영화의 분위기에 안어울려 아쉽지만

텍스트가 빠진 썸네일 이미지는 색감을 포함한 분위기가 취향이었다.  

 

 영화와는 별개로 이미지 자체의 분위기만 본다면, 결혼식 버전 포스터가 더 취향.

 

 

 

소설이 원작인 영화였는데, 

니콜라이 레스코프라는 러시아 작가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이라는 작품이 원작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소설이 읽고 싶어 져 전자책을 찾아봤는데

리디셀렉트, yes24 북클럽, 밀리의 서재 에는 없었다.

아무래도 종이책을 사야 할 것 같다. 

 

 

열일곱의 소녀가 늙고 무심하고 정신이상이 있어 보이는 늙은 지주에게 팔려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린 소녀의 불안하고 호기심 많은 느낌이 느껴지지만

인형의 집에 갇힌듯한 인형 같은 삶에 주인공은 점점 잔악하게 변해간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들 중에 아역 말고는 제정신인 사람이 없었던 것이 새삼스러울 만큼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음울하고, 기괴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안가 꽤 초반부에서부터 

뭐? 미쳤네.. 이영화 왜 이래? 하면서 보게 됐던 것 같은데

주인공의 연기력과 영화의 연출이 좋아서 그런지 영화 자체의 흡입력이 대단했다.

 

 

영화를 보는 내도록 스토리가 왜이래?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인간의 악을 자극적인 범죄와 에피소드들로 다룬 만큼 여운이 오래갔고 

음울한 마지막 장면과 잔잔한 엔딩 크레디트의 인상이 강렬했다.

 

살아서 너와 헤어질 생각은 없어.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

 

주인공인 캐서린도, 불륜의 상대방이 된 세바스찬도 사랑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랑이었다 한들, 사랑이 최우선이 아니었겠지.

캐서린은 결국 세바스찬을 져버렸고, 세바스찬도 도중엔 권력을 택했다. 

 

종국엔 서로를 탓하는 꼴이 되어버린 캐서린과 세바스찬을 지켜보고 영화가 끝난 후에

광기에 찬 저 대사와 장면이 오랫동안 맴돌았고, 곱씹지 못했다.

 

단순히 악녀의 잔악한 행동으로 보기에는,

주인공이 처해진 상황들이 가혹했고

악에 받친 행동이기보다 어쩌면 겁에 질려 저지른 행동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도 사회적 지위나 신분으로 인해 고통을 받던 캐서린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으로부터 오는 권력을 휘두를 때 즐거워 보여 더 가여웠고,

결국엔 거슬리는 모든 것들을 눈앞에서 치워버린 주인공은

담담해 보일지라도 외롭고 힘든 결말을 맞았다.

 

영화를 보는 내도록

이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잔잔한 엔딩 크레디트를 바라보며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고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들여다볼수록, 

다시 찾게 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저는 왓챠 플레이를 통해서 관람했지만, 넷플릭스에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