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천을 하겠다고 글을 쓰면서
다른 영화는 싫었다며 시작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한 지인이 했던, "자꾸만 마음을 여는 스스로가 증오스럽다"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흔히 누군가 를 사랑하지 못하는 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 이라고 하지만,
좀 더 사족을 붙이자면,
누군가 의 단점을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혼 이야기를 보고 나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는
아무리 미화시켜 놓은 들 정말 징글징글하고 넌덜머리 난다는 감상이 남았고
'결혼 이야기'를 보고 나서는
그래, 사실은 이런 게 로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에서 자주 광고가 뜨던 영화였는데
보러 들어갔다가 포스터가 끌리지 않아서 몇 번을 망설이다 영화를 보는 게 늦어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아니, 이렇게 좋은 영화 포스터를 왜 저렇게 만들어 놨데?
분위기도 너무 못 살려 놓은 것 같고, 약간 다른 내용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너무 좋았어서 어딘지 흔한 분위기로 느껴지던 포스터가 못마땅했던 건가 싶고
지금 생각해보니까 사진으로 남겨진 행복한 모습이란 것에 포인트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결론 로맨스 영화였지만) 마냥 로맨스 영화 일 것 같은 느낌.
나는 몇몇 장면들을 보고 있는 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과 아이 셋 이서 여주인공이 닫지 못했던 문을
함께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닫는 장면,
지하철에서 서로를 마주 보는 장면,
상황을 잘 풀어보려 시작한 대화에서 서로에게 저주를 퍼붓는 장면들이 힘들었다.
사람의 감정이 틀어진 시점에서
회복을 위해서는 '용서'가 필요 불가결해진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내 기억이나 감정이 통으로 사라지지 않는 이상
온전하고 완전한 용서라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두 사람의 감정을 쏟아붓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는 게 힘들었다.
실제로 벌어졌고 존재한 일들이, 결과적으로 누군가 가 상처 받은 일이
어떻게 없던 일이 되냐고.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한다는 것 만으로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크고 괴로운 일인데
심지어 그 누군가 가 한때는 열렬히 사랑하고 좋은 감정만 쏟아붓던 사람이 대상이 됐을 때
그리고 그런 자신과 우리의 모습을 깨달았을 때의 괴로움을
더하거나 빼는 것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보여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린 결말처럼 느껴지기는 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서로에게 준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여운이 길게 남았던 애덤 드라이버가 beling alive를 부르는 장면
음악, 연기, 연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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