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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xx

퐁네프의 연인들(1991)

10cm의 '스토커' 뮤직비디오로 알게 된 영화. 

국내에서는 1991년 개봉 후, 2014년 재개봉된 작품이다.

 

 

로맨스라는 장르 특성 상 감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부각되는 편인 데다가

그런 감정을 나타내는 대사들이 외국어이다 보니 

외국어에 녹아있는 문화나 감수성을 체험하지 않았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가끔 낯설게 느껴지는 표현이나 대사들, 감정선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외국 로맨스 영화의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생각을 안 한건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고 포스팅을 하면서 영화가 1991년 개봉작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설정상 주인공들이 다양한 옷을 입는 것 도 아니고 

배경이라고 해봐야 부서져가는 다리 위거나

가본 적 없는 나라의 지하철역이나 길거리여서 그런지

촌스럽다거나 지난 영화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특히 미셸은 인물 설정상

초라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어딘가 가난과는 먼 사람의 분위기가 났어야 하는 인물이었는데

그런 부분들도 잘 살려진 것 같았다. 

 

설정이 설정이다 보니,

두 주인공이 걸친 옷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겨울이 되어 걸치고 있는 옷들이 취향이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이 데리고 다니는 고영.. 

작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다.)

 

 

영화는 19세 관람가인데 

선정적인 장면이 많다기보다

보는 입장이나 취향에 따라서는 보고 있기에 괴로울 

자극적인 장면들이 좀 나온다. 

 

언어나 감수성 같은 장벽이 있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썩 나와 맞는 영화라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좋은 영화라는 생각은 들었다. 

 

 

영화에서 재회 장면만큼이나 좋았던 불꽃놀이 장면.

 

가진 것 없이, 배경도 상관없이. 

가장 초라하고 낮을 때 단 둘이 나누던 감정들이 

불꽃놀이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좋았던 장면이다.

 

남자의 맹목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려 했던 영화라기보다 

옳고 그름을 다 떠나서

감정의 깊이나 맹목적인 감정이 가진 위험성이나 무모함 같은걸 

고스란히 전달받는 느낌이 강했던 영화다. 

 

영화, 음악, 문학할 것 없이

2000년대 이전까지의 문화 콘텐츠들에선  

사랑을 줄곧 가난, 죽음, 병과 같은 

무모하거나 무자비한 고난 앞에 세워두려 했던 것 같다. 

낭만이라는게 어렵고 힘든 시절에 유독 기대고 싶어지는 감수성 이기도 하지만 

이런 문화컨텐츠들에서 만큼은 낭만이 중시되던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짐을 겪는다.

하지만 가장 보잘것없고 초라할 때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했던 기억과 감정들은 

쉽게 잊힐 수 없었고 그들은 다시 재회한다. 

 

 

여주인공 미셸의 입장에서는

많은 걸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시작했을 사랑이었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그와의 재회 후 초라하고 가진 것 없던 그때처럼 

다시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내려놓는 엔딩. 

 

둘 다 안 아프고,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서로의 상황과 주변 환경이 다르다면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을 할 때와 같은 감정일 순 없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진 것 없이 만났기 때문에

결국엔 가진 걸 내려놓는 걸로 보이기도 해서

어쩌면 비현실적이고 받아들이기 싫기도 한 결말이었지만

로맨스 영화다운 결말이었고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잘 맞는 것 같아 좋았다.

 

 * 왓챠 플레이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20.07.01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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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쓴 샌님이 뭐 어때서요.